쌀값폭락 대책을 요구하는 여주시 농민대회 성명서
농민들은 흉년이어도 걱정, 풍년이어도 걱정이다. 흉년이면 농산물 가격이 높아진다고들 하나 수확량 감소로 농가 수입은 줄고, 풍년이면 가격이 폭락하여 애써 키운 농산물을 헐값에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작년 벼수확량이 감소하여 쌀값은 올랐으나, 수확량 감소와 낮은 제현율로 농민이 받은 수취가는 그 전 해에 비해 나아지지 않았다. 이어 작년에는 전국적으로 쌀이 초과 생산되어 농민과 농협은 올해 막대한 손실이 발생되고 있다. 결국 쌀값 안정을 위한 특단의 정부 대책이 없으면 쌀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다. 또한 낮은 쌀가격은 올해 수확한 벼의 수매가를 떨구는 요인이 되어 농업 소득은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기는커녕 더욱 하락하여 농업인의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
우리 농민들은 농산물 가격이 높아지거나, 가격이 요동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 농민들은 단지 생산비가 보장된 농산물 가격을 원하며, 안정된 농산물 가격으로 농촌에서 예측 가능한 경제생활을 하고자 원하는 것이다.
양곡관리법이 2020년 1월 개정되면서 쌀변동직불제가 폐지되었다. 대신 쌀이 과잉 생산되면 시장에서 쌀을 자동 격리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양곡관리법’에 의하면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양곡의 가격 안정을 위하여 ‘양곡의 공급 및 수요량을 추정하고 가격안정이 요구될 시 양곡을 매입해야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작년에 전년 대비 쌀 수확량이 소비량을 초과할 것이라는 예상이 되면서 농업계는 정부에 선제적 쌀 격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농민의 요구를 묵살하였고, 양곡관리법이 시장격리를 의무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로 시장격리를 미뤘다. 즉, 변동직불제 폐지의 대안으로 도입된 ‘자동시장격리’가 일부 관료들에 의해 ‘자의적인 시장격리’로 둔갑해버린 것이다.
양곡관리법에 의하면 당년 10월 15일까지 쌀에 대한 수급안정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정부는 작년 쌀값이 하락하는 것을 지켜만 보다가 농민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쌀값이 폭락한 2022년 1월이 돼서야 시장격리 세부안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2월이 돼서야 일부를 겨우 격리하였다. 또한 양곡관리법에 의하면 매입가격을 매입 당시 시장가격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도 무시하고 최저입찰을 진행하여 가격안정은 고사하고 가격폭락에 기름을 붓는 천인공노할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결국 정부의 늑장 대응과 최저가 입찰은 쌀값 폭락으로 이어지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불러 일으켰다.
최근 쌀값 하락의 주요 원인은 쌀 생산량 증가가 아니라 농민의 생존권과 국가의 식량 주권을 지켜야 할 마땅한 의무가 있는 정부와 행정 관료가 양심을 팔아먹고 ‘양곡관리법’을 따르지 않은 불법을 저지른 결과로 벌어진 일이다. 농업의 가치와 농민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관심조차 없는 행정 관료 몇몇에 의해서 우리 전체 농민들은 경제적 불이익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농업을 지켜나가고자 헌신하고 있는 이들에게 깊은 증오와 실망을 불러일으켰다.
여주시는 미작에 적합한 천혜의 기후조건과 청정 지역인 남한강 상류에 위치하고 있어 전국 최고의 쌀을 생산하는 지역이다. 그래서 쌀은 여주 농민들의 자부심이자 여주시민의 자랑이다.
가을이 되면 전국의 많은 농민들이 여주지역 벼 수매가에 귀추를 주목할 정도로 여주는 전국 벼 수매가를 선도하는 곳이다. 여주 농민들은 최고의 쌀 생산자로서의 자부심과, 대한민국 쌀 생산지의 중심이 여주라는 긍지를 갖고 조상대대로 그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농민을 무시하고 농업을 경시하는 정부의 짓거리에 더 이상 우리 여주시 농민들은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우리 국민의 생명줄인 쌀에 대해 저지르는 정부의 기만적인 작태는 여주 농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무너트리는 폭력적이며 몰상식한 행위이다.
우리 여주시 농민들은 쌀값 하락으로 고통받고 있는 전국 농민들을 대표하며 선봉에서 먼저 일어서 투쟁을 하고자 한다. 지금 우리의 투쟁은 농민세상을 만드는 불씨가 될 것이며, 쌀값안정과 식량주권을 지키고자하는 농민들의 굳은 의지가 뜨거운 함성으로 이어져 전국적인 투쟁으로 활활 타오를 것이다.
이에 우리 여주시 농민들은 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아래와 같은 요구를 한다.
1. 모든 물가 오르는데 쌀값폭락 웬 말이냐?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15만톤을 즉각 추가 격리하라!!
2. 쌀값 폭락시킨다고 국민경제 살아나냐? 기획재정부는 쌀 15만톤 추가격리 예산 즉각 배정하라!!
3. 국회는 “쌀 의무격리 규정”으로 양곡관리법을 즉각 개정하라!!
4. 시장격리를 공공비축 방식 적용으로 실시하라!
5. 쌀 수급안정 위해 생산조절 기능을 대폭 강화하라!
2022년 6월 23일
여주시농업인단체협의회 회원 일동
(여주시농촌지도자연합회, 여주시생활개선회, 여주시농업경영인연합회, 한국여성농업인여주시연합회, 여주시농민회, 여주시여성농민회, 여주시한돈협회, 여주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 여주시4-H지도자협의회, 여주시4-H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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