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를 선언한 뒤 일본을 주축으로 호주와 캐나다 등 11개국이 전열을 재정비해 2018년 출범했다.
가입국 대부분이 농산물 수출 강국이기 때문에 국내 농업 분야의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되어, 전농을 비롯한 농민단체들은 CPTPP 가입에 대해 줄곧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는 CPTPP 가입을 위한 여론 수렴과 사회적 논의에 착수하고자 한다.”고 밝히며 가입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한국의 CPTPP 가입은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을 것이며, 급하게 추진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한국은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모든 CPTPP회원국과 이미 FTA를 체결했다. 이미 FTA를 체결한 국가와는 높은 수준의 개방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결국 CPTPP 가입은 사실상 일본과의 FTA를 체결하는 것 정도의 의미를 갖는데, 이는 이미 만성적인 대일무역적자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일본과 FTA협상은 2003년에 이미 진행되었으나, 일본은 농업시장, 한국은 제조업시장 개방에 소극적이어서 중단된 바 있다. 당시와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CPTPP 가입은 한국의 주력사업인 자동차·기계·전기산업에 타격을 주어 대일무역적자를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중국의 가입신청이나 미국의 관심 또한 이유가 될 수 없다. 중국의 가입신청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직후 CPTPP 가입을 재검토함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CPTPP가 반중국 전선으로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CPTPP 협정은 국영기업 보조금 금지 규정 등 중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들이 가득하고, ‘회원국의 만장일치’라는 가입조건은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나라들이 많은 상황에서 높은 문턱이 될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도 CPTPP에 대한 관심이 출범 초기에 비해 시들해졌다. 이미 미국은 CPTPP가 서명한 지 5년 이상 지났고 그 사이에 통상정책에 매우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며 사실상 관심이 없다는 뜻을 보였다. 오히려 미국은 CPTPP와 같은 다자간 무역협정에 관심을 접고,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3개국 안보 협의체) 출범과 파이브아이스(Five Eyes,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5개국 군사 동맹) 확대 등 군사적 방법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것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했다.
마지막으로, 농업시장의 추가적 개방으로 인해 농업분야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 자명하다는 점이다. 앞서 밝혔듯 호주ㆍ캐나다 등 농가 보호책 수립이 우선이다. 그러나 가축질병이 종식되지 않는 나라도 국가전체 또는 일부 지역이 아닌 농장이나 도축장 단위로 청정 구역을 설정하고 국제기준에만 부합하면 수입할 수 있도록 새로운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러한 대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지금 정부가 CPTPP 가입을 공식화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9년 세계무역기구(WTO) 농업분야 개도국 지위 포기에 이어 2022년 2월 1일 RCEP 발효까지 줄곧 농업 피해만 강요해온 정부가 또 다시 CPTPP 가입까지 추진하고 있다. CPTPP 가입국 대부분이 농산물 수출 강국이기 때문에 한국농업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미 정부는 오히려 지난 10월 CPTPP 가입을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검역주권을 포기하며 농업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더욱 강하게 드러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이라는 농업적폐를 청산하기는커녕 오히려 농업적폐를 강화했다. 아니 문재인 정부가 농업적폐 그 자체였다. 전농은 다가오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통해 농민들의 힘으로 이 적폐를 끊어내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전국농민회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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